대만 총통선거 “재계票 잡아라”…中투자 활성화 공약

  • 입력 2004년 2월 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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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상(臺商)을 잡아라.’

대만 총통선거(3월 20일)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중국 대륙에 투자한 대만 상인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는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의 여당 진영과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친민당 쑹추위(宋楚瑜) 주석 등 야당 통합진영간의 맞대결 양상. 두 후보 모두 30%대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여야가 모두 타이상 공략에 나선 것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 현재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인은 약 30만명으로 가족까지 합하면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선거는 50만표 이내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2000년 총통선거에서는 민진당의 천 후보 497만, 당시 무소속 쑹 후보 466만, 국민당의 롄 후보 292만표로 1, 2위간 격차가 31만표에 불과했다.

현재 타이상들은 ‘국민투표’ 이슈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천 총통보다는 해운·항공 직항 실현 등 ‘양안 신평화 로드맵’을 공약으로 내건 롄 주석을 선호하고 있다.

타이상들은 지난달 27일 타이베이(臺北)에서 ‘롄-쑹 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주요 일간지에 ‘전쟁으로부터 대만을 구하자’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후원회에는 중국 대륙 각지에 투자한 대만기업인 회장단 75명 중 56명이 참가했다.

특히 5일에는 민진당 인사로 분류됐던 대만 굴지의 해운항공 그룹인 창룽(長榮·에버그린)의 장룽파(張榮發) 회장이 롄 후보를 만난 뒤 그의 재경(財經) 고문을 맡기로 해 천 총통 진영에 충격을 줬다.

천 총통 진영도 최근 긴급 유인책을 내놓았다. 당장 3월부터 △푸젠(福建)성-진먼(金門) 마주(馬祖)섬간 해운·우편·항공 직항(소3통)의 중국 내 다른 지역 확대 △중국 화물기의 소3통 참여 허용 △중국병원 진료비의 의료보험 적용 △중국 취학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 등을 발표해 타이상들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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