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국에서 간호사 업무가 점점 더 ‘힘든 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태=간호대를 졸업한 뒤 개인병원에서 2년째 근무 중인 정모씨(28·여)는 최근 미국 간호사면허시험(NCLEX-RN)을 준비 중이다. “대학동기 중 4분의 1 정도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한국보다 스트레스도 훨씬 덜 받을 것 같다”는 게 정씨의 말이다.
초등생 남매를 둔 주부 권모씨(35)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최근 미국 간호사 취업을 염두에 두고 국내 간호대에 편입했다. 권씨는 3년 뒤 졸업과 함께 NCLEX-RN에 합격해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자녀들이 중고교를 다니는 동안 간호사로 취직해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겠다는 것.
NCLEX-RN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20∼40대 전현직 간호사와 간호대 졸업예정자, 자녀유학을 대비하는 주부들이 주축.
이 때문에 이 시험은 물론 국내 혹은 미국 간호대 편입을 준비하는 학원들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미국간호협의회(NCSBN)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3·4분기 현재 이 시험에 응시한 외국인 중 필리핀인이 7697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은 캐나다인(1084명) 인도인(1038명)에 이어 759명으로 4위를 차지했다.
4·4분기를 합친다면 지난해 한국인 응시자는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998년 272명, 2000년 637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 이 기간 한국인 응시생의 합격률은 40∼50%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도 공단차원에서 2001년 1명, 2002년 7명, 2003년 55명의 간호사를 미국에 취업시켰으며 올해는 200여명을 보낼 예정이다.
SLS미국간호사시험연구원 안수현(安秀賢) 원장은 “국내의 NCLEX-RN 준비생들이 연 1500∼2000명으로 늘었다”며 “자녀유학을 염두에 둔 주부들의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NCLEX-RN 전문학원들은 ‘현지 취업 초봉 5만5000달러 보장’ ‘영주권 획득의 지름길’ 등의 광고문구로 응시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3년, 혹은 4년제 간호대를 졸업한 사람만이 응시할 수 있어 비전공자는 학사편입을 한 뒤 시험공부를 할 경우 최소 3∼4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학원비나 임상실습비, 응시를 위한 출입국 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취업을 위해서는 임상테스트와 영어 지필 및 구술시험과 까다로운 비자획득 과정 등을 따로 거쳐야 한다는 점.
미국 로스앤젤레스 갬브로 헬스케어센터에 근무 중인 김향란(金香蘭·37)씨는 “미국 간호사의 근무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출국 후에도 영주권이 나오려면 1∼2년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팀 권영선(權永先) 차장은 “면허 취득만이 전부가 아니며, 현지인과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