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IA, 신문 어떻게 하나…政敵 처형 비디오 보여주며 압박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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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미국의 정보기관이 총동원돼 군사작전처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하는 신문은 군, 법무부, 정보기관의 노련한 조사관들 외에도 심리분석가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체포 후 이틀간의 신문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 계획에 초점이 모아졌다. 하지만 후세인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맞서 소득이 없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이라크에서 벌어진 반(反)후세인 시위와 집권시절 학살당한 사람들의 대규모 매장지 발굴 모습, 죄수들에 대한 고문과 처형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들을 보여주었다. 전범재판에 사용될 증거들을 보여줌으로써 후세인을 자극해 진술을 얻어내자는 것. 고문과 처형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후세인 정권이 피해자 친척들을 협박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다음 단계로 조사관들은 후세인이 솔직히 답변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이미 확인된 내용을 신문했다. 심리분석가들은 그의 말투는 물론 땀과 근육 경련, 그리고 잠잘 때의 행태까지 분석하고 있다고 정보 관리들은 전했다.

이 관리들은 후세인이 점점 잔인한 성격을 드러내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는 단계로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IA는 후세인의 핵심 측근들이 이미 자신을 배반했다는 내용이 실린 가짜 신문을 읽도록 하는 수법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가짜 고위층 인사를 투입해 후세인이 그에게 의지하도록 하는 수법도 사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조사관들은 앞으로 후세인을 상대로 생화학 무기와 이 무기 개발을 지원한 나라,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관계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라크 법률 전문가들은 후세인의 범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세인은 통치 중 이뤄진 범죄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하수인들을 내세우면서 자신은 배후에 숨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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