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통신 “고어의 딘 지지는 클린턴 조롱한것”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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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9일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당내에서 ‘비주류(아웃사이더)’로 꼽혀온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데 대해 뒷얘기가 무성하다.

UPI통신은 우선 고어 전 부통령이 지지 선언 장소로 뉴욕의 대표적 빈민촌인 할렘을 선택한 데 주목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이곳에 사무실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 통신은 고어 전 부통령이 클린턴 전 미 대통령에게 사전에 ‘딘 후보 지지 선언’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며 “고어 전 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조롱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제대로 돕지 않았으며 스캔들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통신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뉴욕주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다면 대선 주자로 선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딘 후보가 고어 전 부통령의 지지선언으로 민주당 내 주류로 편입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경선 후보인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도 발끈하고 나섰다. 2000년 대선 당시 고어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그는 9일 “의료보험 지원금 삭감 등 공화당 노선에 가까웠던 딘 후보를 어떻게 고어 전 부통령이 지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딘 후보는 리버먼 의원과 달리 이라크전쟁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 왔으며 고어 전 부통령은 이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고어 전 부통령이 이라크전쟁에 나서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연설을 했으며 딘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연설에 찬사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반년간 두 사람은 2주일에 한 번씩은 반드시 전화 통화를 하며 외교 문제 등을 상의해 왔다.

UPI통신은 “고어 전 부통령은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이번에 과감하게 딘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결단성 있다는 이미지를 남기게 됐다”며 “현실 정치에서 물러설수록 그는 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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