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유주의자들의 역습…부시-네오콘 일제히 공격

  • 입력 2003년 12월 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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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실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진보적 자유주의자(liberal)들이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을 정점으로 한 미국 정치의 보수주의자들을 극렬하게 공격하며 부활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1일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이들의 ‘전선’은 서점과 인터넷.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책들이 대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의 조국은 어디 있나’(마이클 무어), ‘거짓말과 거짓말쟁이’(가제·알 프랑캔), ‘매 맞는 부시’(가제·몰리 이빈스), ‘대해명’(가제·폴 크루그먼), ‘조지 W 부시의 거짓말들’(데이비드 콘)이 대표적. 이 책들은 노골적이고, 과격하며, 집요하게 현재의 미국은 보수주의자들이 거짓말로 쌓아올린 왕국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서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출범한 정치 단체 ‘무브온’(MoveOn.org)이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수 180만명인 이 단체는 최근 ‘반(反) 부시 캠페인’을 벌이며 1000만달러 모금 운동도 시작했다.

또 20여개 자유주의 성향의 단체가 2004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환경운동단체, 여성운동 단체들과 함께 ‘아메리칸스 커밍 투게더’라는 연대체를 발족시켰다.


미국 서점가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조지 W 부시 정권과 벌이는 전쟁의 최전선이다. 부시 행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자료제공 아마존닷컴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는 공화당의 극우 논리에 이론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미국 진보 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를 출범시켰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출범식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USA투데이는 자유주의의 부상을 하나의 큰 정치 흐름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지사가 민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노동자들, 총기 소지 옹호자들, 재계 보수주의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자유주의 색깔을 최대한 탈색시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의 쇠락은 공화당 보수주의의 득세와 궤를 같이한다. 196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린든 존슨이 공화당의 극우보수파인 배리 골드워터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기자 보수주의는 크게 위축됐고, 위기감에 휩싸였다. 보수파들은 지방마다 보수 성격의 단체를 세우고, 기독교 단체들과 손잡았다.

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은 보수파들로선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보수파는 더 나아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을 탈환했고, 라디오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보수주의 천하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72년 대선 때 리처드 닉슨에게 패한 조지 맥거번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단체를 조직하는 역량이나 이론 구축, 언론 플레이에서 자유주의 진영을 압도해 급기야 자유주의가 침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전체 응답자의 20%도 되지 않았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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