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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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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을 앞두고 있는 일본과 이미 대규모 병력(13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스페인은 미국의 가장 주요한 ‘이라크 재건 동맹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 이라크 바그다드를 극비리에 방문한 지 48시간여 만에 이 같은 연쇄공격이 발생한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AFP통신의 보도다.
▽일본 외교관 피습=피살된 일본 외교관 2명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이라크북부 재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4륜구동차를 타고 티크리트를 향하던 도중 티크리트에서 10∼15km 떨어진 지점에서 매복한 무장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이들은 피격 직후 현지주민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숨졌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이 일대는 반미 감정이 특히 강해 ‘수니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지역.
일본 언론은 차량이 일본 대사관의 관용차인 점을 들어 지난달 바그다드 주재 일본대사관에 대한 총격과 마찬가지로 일본 외교관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피살된 오쿠 가쓰히코(奧克彦) 참사관은 주영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올 4월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ORHA)에 일본 대표로 파견됐다. 오쿠 참사관은 ORHA가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에 통합된 후에도 일본측 창구 역할을 맡아 왔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 파견 후보지로 남부 사마와를 지목한 것도 오쿠 참사관이 여러 차례 현지를 답사해 치안사정 등을 조사해 보고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우에 마사모리(井上正盛) 서기관은 1996년 일본 외무성에 들어간 아랍어 전문가로 시리아와 요르단 근무를 거쳐 이라크에서 근무하면서 오쿠 참사관의 통역을 주로 맡아 왔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사건 직후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에게 전화를 걸어 약 5분간 애도의 뜻을 전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워싱턴 주재 일본대사에게 개별적으로 위로 전화를 했다고 일본 정부가 전했다.
▽스페인 참사=워싱턴 포스트의 라지브 찬드라세카란 기자가 목격자 서너명의 진술을 토대로 전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 정보장교를 목표로 한 공격은 매우 정교했다.
페다인 민병대로 보이는 괴한들이 탄 차량 1, 2대가 스페인 정보장교들이 탄 차량 2대를 뒤따라가며 총격을 가했다. 이 때문에 스페인 장교 차량 1대가 도로에서 벗어났다. 이때 미리 현장에 매복해 있던 한 무리의 괴한들이 휴대용 로켓추진 총유탄(RPG)과 소총을 난사해 2대의 차량에 불이 붙었고 20여분간 교전이 벌어졌다.
특히 스페인 정보장교들은 민간인 차림에 민간인 차량으로 비밀리에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공격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 저항세력의 정보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스페인군의 파병 이후 최대 참사이지만 파견군을 철수할 생각은 없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전쟁 전부터 일고 있는 스페인 국민의 반전 여론을 더욱 고조시켜 결국 주둔군 1300명의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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