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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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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파병을 다국적군 지휘의 경험을 쌓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미국이 요청한 대규모 파병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왔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쪽에선 우리 군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며 전투와 상관없는 안전한 지역에 최소한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시각은 언론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은 지난달 27일 일반적으로 대규모 파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자청해 “파병 규모는 2000∼3000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정부 내 의견을 공식화했다.
이에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2000∼3000명 파병은 NSC 관계자의 개인적인 아이디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NSC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워싱턴을 다녀온 대미 파병협의단이 미국측에 평화재건을 위한 3000명 규모의 추가 파병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파병협의단이 미국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직후인 6일에도 “대통령도 모르는 파병 규모를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유감”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노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대미 파병협의단이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파병 규모를 미국측에 통보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파병에 관한 노 대통령의 태도는 기가 찰 지경”이라며 “통일외교통상위 위원들과의 회동에선 3000명이 아니라고 해놓고, 미국에는 3000명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절해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우리측 파병안에 거부반응을 보인 뒤 외교, 국방부 쪽에선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와 관련, 정부는 11일 오전 노 대통령 주재로 비공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미 파병협의단과 2차 이라크 정부합동조사단의 귀국 보고를 토대로 추가파병 세부계획을 집중 조율할 예정이다. 그러나 NSC 쪽에선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테러 등 이라크의 치안불안 문제를 들어 비전투병 중심의 소규모 파병을 주장해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는 데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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