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광고가 뭐 이래”…광고마다 "승인합니다" 우스꽝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8시 59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 의원이 TV 광고에서 지지자들에게 출마의 변을 토한다. 선거광고 화면에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런데 케리 의원이 연단에서 앞으로 불쑥 나와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난데없이 이렇게 외친다. “나는 존 케리이며 이 광고를 승인합니다!”

이런 이상한 장면이 연출된 것은 신설 선거법 조항 때문. 이 조항은 선거광고의 모든 책임은 후보자 자신에게 있음을 명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케리 의원뿐 아니라 대선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에게 적용된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이 때문에 선거운동 전략가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아까운 몇 초를 소비해야 할 뿐 아니라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광고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진다는 것. 이 조항을 마련한 원래 취지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비방광고를 막자는 것이었다. 후보자들이 비방광고에 직접 등장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계산. 하지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난폭성의 또 하나의 예가 될 형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손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적 논쟁과는 거리를 두고 ‘국정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모든 선거광고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것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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