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가 核사찰 수용…이란 권력내부 변화 조짐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48분


코멘트
이란 정부가 지난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엄격한 핵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란 정부가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번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수개월 동안 의회 학자 언론이 가세해 ‘국제사회의 핵사찰 압력을 고집으로 버티는 것이 오히려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은 그동안 핵사찰을 거부하면서 서방의 방침에 따르는 것은 ‘굴복’이고 ‘모욕’이라며 자존심을 앞세웠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주요 결정은 국가적인 자존심을 살리는 쪽으로 내려졌다.

특히 핵사찰을 수용한 것은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를 둘러싼 종교 지도자들인 것으로 보여 권력 내부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들 종교 지도자가 이번 결정을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실무를 담당했다는 것.

그러나 이란에는 아직도 ‘굴복’을 원하지 않는 강경파들이 많아 급격한 정치적 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게다가 미국 행정부는 이란에 대해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란 내 개혁파들의 입지를 좁게 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