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이라크 무상지원 반대”…부시-의원 충돌조짐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14분


코멘트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87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재건 추가예산안을 놓고 무상지원을 고수하고 있는 백악관과 차관 형태의 지원을 지지하는 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 하원은 21일(현지시간) 추가예산안 중 재건비 명목인 200억달러의 절반을 공여(供與)가 아닌 차관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거의 대부분에 공화당 의원 84명이 가세한 이 결의안은 내년 총선을 의식, 미국 내 유권자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이 이라크에 지나치게 무상 지원되는 반면 재정적자는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 美, 재건비 얼마나 거둘까

조슈아 볼턴 백악관 예산실장은 하원 통과에 앞서 이날 오전 “추가예산안 중 일부라도 차관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경고서한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재건비용을 이라크 국민들이 나중에 갚아야 한다면 이라크 민주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차관 형식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거부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상원도 지난주 별도로 마련한 추가예산안에서 재건비 명목의 200억달러 중 절반이 차관형태로 제공돼야 한다는 결의안을 근소한 표차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하원의 결의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강력하게 ‘무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라크 재건비가 차관형태로 제공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자들은 “내주 상하원 예산안 최종 조율 때 차관 조항이 제외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