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軍 대규모공습 외신반응 "美 뒷짐…中東평화 멀다"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51분


이스라엘군이 20일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5차례 공습해 민간인을 포함, 8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일제히 보복을 다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을 말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평화 전망은 매우 어둡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F-16 전투기와 아파치 헬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졌다. 이스라엘측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무기 제조공장으로 추정된다며 건물과 창고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AP통신은 차량 폭파현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스라엘군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헬기는 이날 해가 지자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트의 팔레스타인 난민촌도 공습했다. 이날 공격으로 11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다쳤다. 부상자를 돌보던 의사도 1명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의 한 무장단체는 이날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울 것을 요청해 이 단체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암울한 평화 전망=F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라크와 내년 대선에 치중하면서 중동평화 중재를 소홀히 하고 있다”며 “미국의 개입 없이 평화는 요원하다”고 전망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도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는 대선이 다가오면 중동 평화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TV는 “팔레스타인 지식인 사이에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무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정당화한다는 것.

팔레스타인 작가 니자르 라마단은 “무력으로 대항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탄압에 무방비 상태라는 진실이 감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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