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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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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U가 그때까지 헌법 최종안을 합의할 것으로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회원국 사이의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
이날 정상회의는 크게 두 진영으로 갈렸다. 우선 EU가 6월에 채택한 헌법안 초안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쪽.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EU 강국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6개국이었다.
그러나 스페인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과 내년 5월 EU에 가입할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베니아 몰타 리투아니아 등은 전면 손질을 요구했다.
두 진영이 첨예하게 맞선 대목은 EU 대통령제와 의사결정 방식. 프랑스 독일 등은 EU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있어야 명실상부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이를 헌법 초안에 반영했다.
그러나 군소국가들은 “EU 대통령제는 큰 나라의 지배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금처럼 회원국이 반년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야 한다는 것.
의사결정 방식과 관련해 헌법 초안은 회원국 인구비례에 따른 투표권 차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큰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
초안은 또 개별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유럽통합에서 한발 물러서 있으려는 영국은 외교 안보 세금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버텼다.
종교 문제까지 얽혔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가톨릭 국가들은 헌법에 ‘하느님과 기독교의 가치’를 명문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이번 회의는 유럽통합이 얼마나 멀고 어려운 길인지 또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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