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들 동남아로 몰려든다…9·11뒤 자금줄 죄자 이동

  • 입력 2003년 10월 1일 19시 15분


동남아시아가 테러단체들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추가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7∼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SEAN회의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경찰은 1일 “8월 자카르타 메리어트 호텔 폭탄테러 이후 추가 테러를 감행할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9·11테러 이후 테러세력에 대한 국제적 응징을 명시한 결의안(1390호)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제마이슬라미야(JI) 등 20개의 동남아지역 단체를 테러 지원단체로 지목한데 이어 올 9월 또다시 19개를 추가했다. 인도네시아에서만도 2년 동안 6개의 테러 지부조직이 색출됐다.

싱가포르 전략연구소의 테러전문가 로한 구나라트나는 “테러단체나 알 카에다 동조자 및 지원자가 동남아보다 많은 지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동남아는 이제 세계 테러의 중심지가 됐다”고 지적했다고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그는 이어 “이제 대 테러전쟁의 초점은 알 카에다로부터 JI 등 수많은 지역 세력들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남아 지역의 테러 대응책은 미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동남아의 전투적 이슬람-테러의 도가니’란 저서를 낸 미국 보스턴 시먼즈 대학의 자카리 아부자 아시아학과장은 “유엔은 테러지원 단체들을 응징 대상으로만 지목했을 뿐 행동에 나서지 않아 자금원을 차단하는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유엔의 ‘블랙리스트’에 추가된 명단도 테러단체들과 연계된 간판 회사나 자선기관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

미국도 테러 직후 중동지역의 자금줄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동남아 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지역으로부터 현금과 각종 밀수자금이 테러자금원으로 계속 흘러들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이밖에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테러지원 단체들은 일단 의심을 받으면 이름만 바꾸고 활동을 계속해 자금원 차단이 더욱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