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 경협차관 상환조건 韓 “현금으로” vs 러 “현물로도”

  • 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48분


한국과 러시아가 11년간의 협상 끝에 대(對)러시아 경협차관 채무를 6억6000만달러 삭감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서명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채무 상환조건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8일 오후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대러 경협차관 원리금 22억4000만달러(6월 말 현재)에서 6억6000만달러를 삭감해 15억8000만달러로 재조정키로 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국은 2006년까지 방산물자와 헬기 등 현물로 2억5000만달러를 상환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23년 동안 나머지 13억3000만달러를 분할 상환하는 방식에 대해 김 부총리는 “현금 상환”, 쿠드린 부총리는 “현물로도 상환할 수도 있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현금 상환이 원칙이며 양국 합의가 있을 경우만 현물로 상환하기로 합의문에 규정돼 있어 현물 상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관영 러시아방송과 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일제히 “2007년 이후에는 현물과 현금 혼합방식으로 상환한다”고 보도했다. 영문으로 작성된 합의문은 발효 후에나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은 1991년 14억7000만달러의 경협차관을 옛 소련에 제공했으나 그동안 현물로만 3억7000만달러를 돌려받았을 뿐이어서 이자가 쌓여 원리금이 증가해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