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러지도…저러지도…”

  • 입력 2003년 9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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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인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입장 정리에 고심 중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등에서 파병 찬성의원들의 낙선운동까지 언급하고 있어 여야 가릴 것 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신당파는 대체로 전투병 파병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나 4월 1차 파병안의 국회 의결 당시 신당파 다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방침에 반대해 당정간 혼선을 빚었던 점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다.

신당파 핵심 관계자들은 “국익과 여론 동향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20일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국정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김근태(金槿泰) 김성호(金成鎬) 의원 등 5명이 ‘파병 반대’ 입장을 선언한 상황이어서 ‘당론’ 선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성호 의원은 “파병 자체가 명분이 없고 장기적 국익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규모 파병은 제2의 베트남전 참전과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당의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1차 파병에 대한 평가와 미국의 요구 내용 등에 대한 종합평가를 거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또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므로 무조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15일 전남 여수 방문 도중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이 조심스럽고 고민스럽다”며 “‘국익’을 염두에 두고 한미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 사수파도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분당 이후 민주당의 정책위의장으로 거론되는 강운태(姜雲太) 의원도 “유엔 결의에 의한 평화유지군 형식이 아닌 전투병 파병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수파는 통일외교통상위 국방위 등 관련 국회 상임위원 연석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한나라당 역시 이와 관련한 입장 정리로 고심 중이다. 우선 ‘선(先) 정부 입장 표명, 후(後) 한나라당 입장 표명’이란 방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제1당이란 위치 때문에 마냥 입장 정리를 늦출 경우 ‘책임 회피’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어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입을 열기 전에는 일절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유엔의 결의에 의해 유엔측에서 파병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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