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OFF’…美 - 加 동부 동시정전 사태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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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캐나다 남부를 동시에 강타한 ‘8·14 정전사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교통과 금융 부문 등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인은 오리무중=15일 오전까지도 정전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확실한 것은 테러가 아니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사태의 원인을 서로 미루며 공방을 벌였다.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는 15일 NBC 방송에 출연해 “정전은 캐나다 온타리오 서부에서 발생해 미국 동북부로 번진 것으로 본다”면서 “뉴욕주는 정전의 원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캐나다 총리실은 “펜실베이니아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정전이 원인이 됐을지 모른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앞서 14일 캐나다 총리실은 나이아가라 인근 미국 콘 에디슨 발전소에서 낙뢰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정전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타키 뉴욕 주지사는 콘 에디슨 발전소는 완벽하게 가동돼 왔다고 주장했다. 미 인터넷신문 드러지 리포트는 기상도까지 게재하면서 나이아가라 지역에 정전 발생 당시 낙뢰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북미전기안정성협의회(NERC)의 한 전문가는 오하이오주의 한 발전소에서 정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송전 시설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고 조사관들은 일단 순간적인 전력 과부하가 안전장치를 작동시켜 전력 공급을 차단한 것으로 보고 뉴욕주 북부 송전망과 변전소들에 대한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 인재(人災)론 제기=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정전 사태를 노후한 송전시스템과 수요 대처 미흡이 합작된 인재라고 비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에너지장관을 역임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미국은 초강대국이지만 전력망은 제3세계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우리의 송전선망은 낡았기 때문에 대대적인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동북부 지역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송전 능력은 불충분하다면서 특히 뉴욕시와 롱아일랜드의 경우 피크 타임에는 자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미국과 캐나다가 서로 연결된 전력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대규모 혼란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 규모=이번 사태로 50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미 연방항공국은 미국 5개와 캐나다 2개 등 7개 공항에서 비행기 착륙이 3∼4시간 중단됐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밀집한 디트로이트에서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폐장 이후 전기가 끊겨 거래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5일 정상 개장했다. 맨해튼의 금융기관들은 9·11테러 이후 비상 전력시설 등 대비 체제를 갖춰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일반전화와 휴대전화 통화량이 폭주해 불통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공중전화마다 수십명이 줄지어 기다리는 등 시민들은 큰 곤욕을 치렀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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