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데이비스 주지사에 “터미네이터와 맞붙지 말라”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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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와 싸우려 하지 말라.”

소환투표를 앞두고 코가 석 자나 빠진 그레이 데이비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재임시절 탄핵위기를 간신히 넘긴 ‘동병상련’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훈수를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미 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에서 데이비스 주지사 부부를 만난 자리에서 세 가지를 조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그의 조언은 △주지사답게 행동하고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라 △이번 투표는 데이비스 주지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환발의에 관한 것임을 명심하라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싸움을 붙이려는 언론의 꼬임에 넘어가지 말라는 것.

이런 조언은 클린턴 전 대통령 자신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을 둘러싼 위증 등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활용해 성공한 방법들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당 후보들의 지원 요청에는 못 들은 척해온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시절 정치참모였던 더글러스 소스니크는 “그가 데이비스 주지사와 특별히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주지사를 소환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위험한 선례가 된다’고 생각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태생의 이민자인 슈워제네거는 1994년 불법체류 이민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주민발의안을 지지했던 전력이 드러나 득표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LA타임스가 12일 전망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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