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소장장교 '19시간 반란']"軍부패조사" 제시에 전격 투항 결정

  • 입력 2003년 7월 27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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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3시(현지시간) 마닐라 시내에서 발생한 필리핀 소장파 군인들의 반란 시도는 불과 19시간 만인 이날 밤 10시 정부측의 끈질긴 설득 끝에 사상자 없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반란군 주동세력이 군부 내 동조세력이 많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장교들인 데다 대치 중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퇴진’을 직접 요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후유증이 예상된다.

▽‘1일 농성’으로 막내린 반란=위장복에 붉은 완장을 두른 반란군 296명은 이날 오전 마닐라 시내 증권거래소 근처에 있는 쇼핑몰 ‘글로리에타 콤플렉스’에 전격 진입, 마닐라의 ‘월 스트리트’를 아비규환에 빠뜨렸다. 쇼핑객과 외국 여행객으로 북적거려야 할 글로리에타 콤플렉스는 반란군이 자폭용으로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과 폭발물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부비트랩과 정부군 탱크 사이를 오간 양측의 긴박한 협상이 하루 종일 계속됐다.

아로요 대통령이 투항시한으로 정한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6시)를 앞두고 반군 200여명 중 50여명이 투항했다고 AFP는 전했다. 반군들은 또 콤플렉스 내 오크우드 호텔을 장악하면서 억류했던 루스 피어스 필리핀 주재 호주대사 등의 인질을 수시간 만에 석방,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됐다.

한때 투항시간에 임박해 나머지 반란세력이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해 분위기가 급랭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로요 대통령이 투항시한을 잇달아 연장하며 대화를 유도했고 전현직 군 장성들인 정부측 협상대표들이 ‘부정부패 진상조사’를 협상카드로 제시하면서 반군들은 철수를 결정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반군들은 즉각 군사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처벌수위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란 왜 일어났나=이번 반란 주동세력은 최고위직이 소령이며 최연장자가 고작 32세다. 이들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스스로를 ‘국민의 군대’라고 부르며 동조 군인이 2000명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표는 권력 장악이 아니라 군부의 부패상 폭로에 있다며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이번 반란은 여러 면에서 87, 89년 코라손 아키노 정권을 흔들었던 군부 쿠데타의 복사판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당시에도 필리핀 육사 출신의 엘리트 청년 장교들이 주동이 되어 여성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으며, 군과 정부가 반군 세력과 손을 잡을 정도로 부패가 심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반란군은 군 지휘부가 미국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이슬람 반군에 무기까지 팔았다고 주장해 미국측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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