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연금개혁안 가결…노조 不敗 깨졌다

  • 입력 2003년 7월 25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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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월 두 달 동안 프랑스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총파업 끝에 프랑스의회가 24일 연금 개혁안을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프랑스 상하원은 이날 연금 납입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노조 불패(不敗)’의 신화는 깨졌으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우파 정부는 중요한 승리를거뒀다.

1995년 알랭 쥐페 총리의 우파 내각은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 3주간의 총파업에 무릎을 꿇은 뒤 정권마저 내줬었다.》

▽우파 개혁의 신호탄=24일 오전 프랑스 하원(찬성 393표, 반대 152표)에 이어 이날 오후 상원(찬성 205표, 반대 113표)도 연금 개혁안을 가결했다. 프랑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정된 결과였다.

이 개혁안은 프랑스의 인구 노령화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연금제도 붕괴를 막기 위한 것. 현행 연금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2020년에 500억유로(약 67조원)의 연금 적자가 예상됐었다.

개혁안의 골자는 현행 37.5년의 공무원 연금 납입기간을 2008년까지 40년으로 늘린 뒤 2020년까지 공무원과 민간 부문(현행 40년) 모두 42년으로 늘리겠다는 것.

노동계, 특히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 부문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였었다. 항공과 철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우편 통신 및 초중고교 교육 등 국가 기간 부문이 사실상 마비됐다.

그러나 라파랭 내각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 국민 여론에 힘입어 개혁안을 밀어붙였다. 이번 승리로 여권 내에서 라파랭 총리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으며 우파는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사회당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라파랭 정부는 여세를 몰아 여름 바캉스가 끝나는 9월부터 교육과 행정 부문, 공기업 민영화 등의 개혁을 밀어붙일 기세다. 앞서 독일에서도 의료보험 개혁을 단행하는 등 서유럽에서 사회보장 분야 개혁 바람이 한창이다.

▽남은 불씨=프랑스의 강성 노조연합인 노동총연맹(CGT)과 ‘노동자의 힘(FO)’은 이번 개혁안 통과에 크게 반발하며 바캉스 이후 다시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인 사회당도 헌법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예술분야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아비뇽 축제를 비롯한 프랑스의 여름 축제가 대부분 무산될 정도로 아직도 노조의 힘이 만만치 않은 게 프랑스의 현실.

라파랭 총리는 24일 “이번 개혁안 통과를 누가 누구에게 승리한 것으로 보지 말아 달라”며 반대세력 달래기에 나섰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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