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리타공항 내년4월 민영화]‘동북아 허브’ 3파전 가열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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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의 관문인 나리타(成田)국제공항이 내년 4월 민영화돼 주식회사 형태로 새 출발한다.

중국 상하이(上海), 한국 인천공항 등 후발 공항의 공세에 밀려 고전해온 나리타공항은 민영화를 계기로 항공기 착륙료를 크게 낮춰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 자리를 되찾는다는 전략. 나리타공항의 착륙료 인하가 본격화되면 동북아의 공항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리타공항의 민영화를 공공개혁의 하나로 추진해 온 일본 정부는 이달 중순 참의원 본회의에서 ‘나리타국제공항주식회사법’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전액 출자로 출범하는 나리타공항주식회사는 공항 내 면세점과 식당, 호텔 등을 직영해 흑자기반을 갖춘 뒤 2007년경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완전 민영화된다.

면세점 등 부대시설의 영업이 잘 되려면 승객 수를 늘리는 게 관건. 이에 따라 나리타공항측은 첫 번째 핵심과제로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착륙료를 인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리타공항의 착륙료는 점보기 1대에 94만8000엔(약 948만원)으로 세계 최고수준.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6배, 런던 히스로공항의 10배이며 한국의 인천공항(약 278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상하이 푸둥공항(5348달러·약 640만원)보다는 1.5배가량 비싼 수준.

1980년대에는 미국 유럽 등에서 도쿄를 찾는 비즈니스 수요가 많았지만 90년대 장기불황에 접어들면서 일본 경제가 위축되자 항공 수요가 줄었다. 이에 따라 비싼 항공료에 질린 항공사들이 동아시아 거점을 상하이와 인천으로 옮기는 추세. 항공사들의 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나리타공항측에 착륙료를 20%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1978년 건설된 나리타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국제공항치고는 짧은 편이어서 대형 기종이 이착륙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약점 때문에 나리타공항측은 올해 안에 서둘러 착륙료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나리타공항을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중심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고 도쿄 도심에서 가까운 하네다(羽田)공항은 아시아의 근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보조공항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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