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첫 외국인 박사부부 중국인 허시유-무칭커플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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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과 97년 각각 서울대 유학생활을 시작해 올 8월 서울대 후기 졸업식에서 첫 외국인 박사 부부가 되는 허시유(오른쪽)씨와 무칭이 서울대 정문 앞에 함께 섰다. -박영대기자
95년과 97년 각각 서울대 유학생활을 시작해 올 8월 서울대 후기 졸업식에서 첫 외국인 박사 부부가 되는 허시유(오른쪽)씨와 무칭이 서울대 정문 앞에 함께 섰다. -박영대기자
“역동적인 한국과 자본주의 사고방식을 잘 배우고 갑니다.”

올 8월 서울대 후기 졸업식에서 첫 외국인 박사 부부가 되는 허시유(何喜有·34·경영학) 무칭(牟淸·34·경제학)의 한국 유학생활 마감을 앞둔 짤막한 소감이다.

무씨는 남편보다 이른 2월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상하이 차이징(財經)대 교수 자리까지 이미 확보한 상태. 경제학과 이근(李根) 교수의 지도로 완성한 ‘중국 통신산업의 세계기술 추격(追擊) 전략-전자교환기를 중심으로’라는 박사학위 논문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허씨는 이동기(李東琪) 교수의 지도로 완성한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 ‘다국적 기업의 중국 시장 확대에 필요한 동태적 능력에 관한 연구’의 인쇄 작업만 남겨놓고 있다. 아직 직장은 구하지 못한 상태.

지린(吉林)성 출신의 두 사람은 94년 결혼해 이듬해인 95년 11월 남편 허씨가 중국 국가 장학생으로 어학연수를 오게 되면서 서울대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조선한국연구소 연구원이었던 허씨가 한족(漢族)으로는 드물게 한국 유학을 선택한 것은 한국 관련 연구소에서 일했던 인연 때문이었다.

허씨는 1년6개월의 어학연수 후 경제학과 석사과정에 등록했고, 부인 무씨는 두 살배기 딸을 부모에게 맡기고 97년 2월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배운 서구 경제학과 서울대에서 공부한 경제학은 내용이나 접근 방식이 너무나 달라 유학생활 초기에 고생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허씨는 “중국에서는 박사과정을 3년 정도면 마치는데 서울대의 학위 과정은 까다로워 4년 반이 걸렸다”고 말하고 “기본 수강과목이 중국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것도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무씨는 “유학 초창기인 95년에는 중국 사람을 보면 ‘굶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는 등 부정적인 질문을 많이 하던 한국 사람들이 지금은 ‘중국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활짝 웃었다.

9월경 중국으로 돌아갈 두 사람은 “정이 많이 든 한국을 떠나려니 아쉽기만 하다”며 “귀국해서는 한중 경제 협력 사업과 관련된 일을 계속 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울대에는 2003년 1학기 현재 박사 120명과 석사 238명, 학사 161명 등 총 619명의 외국인이 수학하고 있다. 이 중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 339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인 112명, 일본인 70명 순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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