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내는 축제…바깥은 비극

  • 입력 2003년 7월 8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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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휴대전화에 얽힌 뒷얘기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5일 모스크바 록 페스티벌 공연장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사고 당시 러시아 공안 당국이 현장 일대의 휴대전화를 불통시켜 대형 참사를 막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언론은 7일 "사고가 일어나자 MTS와 비이라인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상부'의 긴급 지시로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공연이 있었던 투시나 비행장에 모인 4만여명의 관중들은 공연장 입구에서 10분 간격으로 2차례나 폭탄이 터져 18명이 죽고 40여명이 부상하는 아비규환이 일어났는데도 이 사실을 모른 채 태연히 공연을 지켜봤다.

이는 시끄러운 록 음악 소리 때문에 대부분의 관중들이 폭음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부로부터 휴대전화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하게 조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불과 몇 m 거리를 두고 축제와 비극이 공존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지만, 전문가들은 만일 관중들이 사고 소식을 듣고 일제히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다면 큰 소란과 함께 대형 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며 안도했다.

뉴욕의 9.11 테러참사와 지난해 일어난 모스크바 뮤지컬 극장 인질극 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등에서 휴대전화가 사고 소식이나 현장 상황을 외부에 알리거나 가족끼리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데 사용된 것과는 대조적인 셈이었다.

그러나 애인과 함께 공연장으로 들어가던 한 20대 청년이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 돌아온 사이 사고가 일어나 연인을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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