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軍 끝없는 ‘충격과 공포’…시도때도 없는 기습 등

  • 입력 2003년 7월 7일 19시 05분


일요일인 6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안팎에서는 미군 3명이 잇따라 이라크인의 기습 공격을 받아 숨졌다.

미국과 영국 언론은 미군이 이라크 중부를 중심으로 실시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잔당 소탕 작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기습공격이 오히려 더 거세지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들은 ‘이라크 해방자’로서의 자부심에 회의를 갖고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일요일의 무차별 기습=6일 낮 12시반 바그다드대 공대 캠퍼스의 한 카페테리아에서 음료수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던 한 미군이 몰래 다가와 근접사격한 이라크인에게 살해됐다. 같은 날 오후 9시반 바그다드 인근 아자미야흐에서 순찰 중이던 미군이 무장한 이라크인의 기습을 받고 교전 중 숨졌다. 이날 자정 무렵 바그다드 내 카드히미야 구역에서는 차량에 탄 미군 1명이 수류탄 공격을 받고 숨졌다.

바그다드대에서 벌어진 사건은 미국 주도의 이라크 임시행정부 관리들이 바그다드대 내의 이라크 고등교육부를 방문해 이라크 교육체계 재건에 대해 협의하던 중 발생했다. 이로써 5월 1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전투 종료 선언 후 28명의 미군이 이라크에서 피살됐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바그다드국립박물관 앞에서 취재하던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가 이라크인에게 살해됐다.

USA 투데이는 “최근의 저격사건은 군사적인 목표를 벗어났으며 일반인에 대해서까지 마구 자행되고 있다”고 7일 전했다.

▽동요하는 미군=미군은 바그다드에 입성할 무렵에는 ‘독재자 후세인을 몰아낸 해방자’로서 환영받았지만 이제는 계속되는 기습공격에 공포까지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오클라호마 출신의 한 여군(21)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내가 밤까지 살아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털어놓았다고 BBC는 전했다.

또 다른 미군은 “페다인 민병대의 공격은 매우 교활하고 은밀하다”며 “지붕 위에서 불쑥 나타나 저격할 뿐 아니라 어린이들까지 이용한다”고 말했다. 천진난만하게 다가온 어린이들을 따라나섰다가 공격받곤 한다는 것.

여기에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기후에도 방탄복을 벗지 못하는 처지가 미군을 괴롭히고 있다. 한 미군은 “끔찍한 상황이다. 이 무더운 날에도 에어컨이 없는 가운데 잠들고 땀투성이가 돼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공급받는 물도 고작 1병”이라고 털어놓았다고 BBC는 전했다.

또 전쟁 전 14개에 불과하던 이라크의 신문이 미군 진주 후 150개로 늘어났으나 무책임한 헛소문을 퍼뜨려 미군을 실망에 빠지게 하곤 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 신문은 미군의 야간투시경이 여자의 옷 속까지 투시한다고 보도해 미군이 직접 신문사로 투시경을 들고 찾아가 가능하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었다는 것. 또 거리순찰을 하는 미군들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전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방송한다는 헛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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