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에비앙 G8회의]美-유럽-日 '弱달러' 신경전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53분


코멘트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의는 2일 이틀째 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 성장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테러와의 전쟁 문제 등을 논의했다.

▽테러와의 전쟁엔 공동전선=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선진 7개국(G7) 정상과 러시아 정상 등 G8 공식 멤버가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에 범지구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상들은 △휴대용 대공미사일 통제 △핵 및 화학무기 지식의 해외 수출 방지 △‘더러운 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저준위 방사능 물질 확산 차단 △신체적 특성을 검색해 신원을 확인하는 새로운 공항보안체계 도입에 합의했다.

▽달러화 약세엔 이견=세계 경제 성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달러화 하락에 대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생각이 달라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유럽과 일본 정상들은 달러화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으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우리는 강한 달러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장 주변에서는 “부시 대통령은 강한 달러를 지지할지 몰라도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존 스노 장관 등 재무부 관리들이 달러화 약세를 지지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다만 정상들은 침체를 거듭하는 세계 경제가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세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각국의 경제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공통 의견을 나눴다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이 전했다.

▽프랑스의 화해 제스처=1일 오후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찬반 양 진영으로 갈라섰던 부시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의 첫 대면은 단연 관심사였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 등을 다룬 가죽장정 서적 3권을 시라크 대통령에게 선물했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의 에이즈 퇴치를 위해 앞으로 5년간 15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역사적 결정’이라고 치켜세웠다.

시라크 대통령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화해의 표시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돕기 위해 프랑스 군 병력을 추가로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간 회담 이후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시라크 대통령이 올 가을 미국을 화해 차원에서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을 ‘친구(Friend)’라고 부르며 “이견이 있었다고 서로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의례적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날 회담을 마친 부시 대통령이 중동평화 문제 논의를 위해 다음 목적지인 이집트의 샤름알셰이흐로 떠나면서 다소 맥 빠진 분위기를 보였다.

에비앙=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