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强달러 정책 폐기…스노 재무장관 공식 선언

  • 입력 2003년 5월 19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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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미 행정부가 유지해온 ‘강한(strong) 달러’ 정책이 사실상 폐기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속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서방선진7개국(G7)과 러시아 재무장관 회담이 끝난 뒤 17일(현지시간)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는 더 이상 달러화의 힘을 시장가치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19일 보도했다.

스노 장관은 지난주 달러화가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해 급격히 하락한 것에 대한 평가를 질문받고 “최근 환율 움직임은 통화 가치가 진정으로 공정하게 서서히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스노 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뒤 이날 개장한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크게 가치가 떨어져 장중 한때 4년 만에 최저치인 유로당 1.1712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주 말엔 유로당 1.16달러에 거래됐었다. 달러화는 일본 정부가 대형 금융그룹 ‘리소나 홀딩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한 데에도 불구하고 엔화에 대해서도 하락해 달러당 115.25엔 선까지 밀렸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스노 장관의 발언이 미 행정부가 그동안 당국자 발언 등을 통해 ‘강한 달러’를 지지해온 전통적인 정책을 폐기했음을 의미한다고 전하고, 물가상승의 우려 대신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을 염두에 둔 정책변경이라고 풀이했다.

스노 장관은 특히 기자들이 ‘강한’이란 용어의 의미를 거듭 묻자 “신뢰가 높고, 위조하기가 어려우며 훌륭한 거래 및 가치저장 수단이 된다는 것”이라고 답변, 더 이상 엔화 및 유로화의 교환비율로 달러화의 힘을 평가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를 차례로 이끌었던 로버트 루빈,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은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고파는 식으로 개입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한 달러가 미 국익에 기여한다”고 언급, 외환투기세력의 달러화 투매를 견제해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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