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박한제교수의 중국 역사기행 1,2,3'

  • 입력 2003년 4월 18일 17시 58분


코멘트
◇박한제교수의 중국 역사기행 1,2,3/박한제 지음/276쪽 1만3800원 사계절

중국의 위진남북조시대는 한(漢)의 멸망 이후 수가 다시 중국을 통일할 때까지 400여년간에 걸친 대혼란기였다. 이 시기는 순수한 한족의 역사와 문화가 붕괴하고 선비 강 저 등 호(胡)족, 즉 이민족이 중국 북방을 점령하며 중국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대변혁기이기도 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시기를 ‘호한(胡漢)체제’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30여년간 연구해온 중견 학자.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 ‘강남의 낭만과 비극’ ‘제국으로 가는 긴 여정’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991년부터 3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한 저자의 여행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저 멀리 내몽고부터 윈난(云南)성까지 위진남북조시대의 역사적 체취가 묻어 있는 곳을 종횡무진 누볐다.

기행문의 형식을 띤 가운데 펼쳐지는 25편의 이야기는 그러나 ‘기행’에 앞서 위진남북조시대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핀포인트해 다룬다. 말하자면 유홍준 식의 ‘문화유산답사기’보다는 전문적 학술적 내용이 담긴 ‘중국 역사유산답사기’ 정도라 할 만하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된 위진남북조시대의 개설서가 없는 마당에,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서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수없는 왕조가 명멸한 대혼란기였던 만큼 극적인 사건과 운명적인 인물이 많았다.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제 주인공인 목란(木蘭)이 아버지의 군역을 대신해 12년간 종군하며 대활약을 펼친 여장부였다면 ‘왕소군’과 같이 흉노나 토번의 왕과 정략결혼을 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도 있었다.

또 이상적 정치실현을 위해 적군까지도 포용했던 전진(前秦)의 왕 부견의 정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은 현실의 냉혹한 일면을 보여준다면 타락의 극치를 달렸던 남조의 왕들과 죽림칠현의 파탄은 지배층의 부도덕함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 외에도 도연명의 귀거래사, 왕희지의 난정서 등 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단락도 여러 곳이다.

14만권의 책을 모으고 수백 권의 저서를 남긴 남조 양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원제가 왕조 패망을 앞두고 ‘이 책들이 (나라를 구하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가’라며 모두 불태워버린 것을 보면서 저자는 우리의 역사학, 나아가 인문학이 현실과 유리된 채 자기만족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지적한다.

일반인과 괴리된 역사학을 벗어나려는 이 책은 기행과 수필 그리고 전문적 학술내용을 적절히 안배해 역사책을 저술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