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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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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정을 거쳐 설치될 이라크 과도정부를 이끌 지도자로는 이라크국민회의(INC) 아메드 찰라비 의장이 가장 유력하다. 은행가 가문 출신의 찰라비 의장은 12세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을 간 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시카고대에서 공부한 친(親)서방 인사다.
딕 체니 부통령과 미 국방부는 그를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 이라크 반체제 단체는 그의 적격성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CIA는 최근 미 행정부에 배포한 비밀 보고서에서 찰라비 의장은 이라크 내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이라크 국민에게 호감을 사지 못해 새 지도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 지도자 모하메드 바크르 알 하킴 역시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무부도 찰라비 의장이 이끄는 ‘자유 이라크군’이 급조돼 이라크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사설에서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의 지지를 얻고 있어 이라크 내부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반체제 진영에도 그가 45년간 이라크를 떠나 있어 국내 기반이 전무하고 80년대 요르단 법정 궐석재판에서 금융사기로 22년 징역을 선고받고 수배 중인 점 때문에 ‘부적절한 인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은 미국 주도의 일방적 과도정부 구성에 부정적이다. 쿠르드애국동맹(PUK)의 라티프 라시드 대변인은 미국을 겨냥, “또 다른 새로운 독재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12일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전후 이라크 통치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유엔에서는 파키스탄 외교관 출신의 라퓨딘 아메드 유엔 사무총장 특사가 전후 이라크 재건 사업에 유엔 실무 대표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아메드 특사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오래 몸담아 온 정통 유엔 관료로, 유엔의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 계획을 실무 지휘한 바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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