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25분간 계속된 연설에서 주로 연합군의 ‘어려운 처지’와 이라크의 승리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군과 국민에게 항전 의식을 심어주는 내용이다.
그는 연합군에 큰 피해를 안겨준 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움카스르 전투를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적들은 곤경에 처해 있으며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언급, 이라크군의 1차 저항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합군이 이라크군과의 지상전을 두려워하고 있는 반면 이라크군 제11사단 45대대 병사들이 아직도 움카스르에서 미영 연합군의 공격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면서 병사 12명의 이름을 거명하며 ‘영웅’으로 칭송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쟁이 성전(聖戰)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이슬람권 대(對) 미국의 전쟁이라는 구도로 끌고 가려는 인상을 줬다. 후세인 대통령은 “영토를 침략한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성전과 같으며, 적과 싸우다 죽으면 순교자가 돼 천국에 갈 것”이라면서 “알라께서 우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전쟁에서 이기고 적들은 분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방영된 것은 연합군의 공습이 개시된 20일에 이어 두 번째.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후세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공개됐다.
연설의 진위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BBC방송은 움카스르 언급과 목소리 등을 들어 ‘진짜 후세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연설은 분명히 생방송이 아니라 미리 녹화됐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 당국자도 “중앙정보국(CIA)이 실제 후세인 대통령 여부를 분석 중”이라면서 “생방송 여부나 녹화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