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공부 정리의 기술’ 책 펴낸 이주영 서울 잠현초 교사
고학년 되기 전에 학습 습관 길러야… 어떤 과목 공부할지 스스로 정하고
시간 분배하며 ‘메타인지’ 능력 키워… 노트 필기 연습하면 개념 정리 효과
게티이미지뱅크
이주영 서울 잠현초 교사겨울방학은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학습 습관을 다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중고교생은 대부분 대학입시나 상급학교 진학을 대비해 학원을 다니는 등 겨울방학 동안 학업에 매진하지만 초등학생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어릴 때 학습 습관을 제대로 만들어야 중고교에 진학한 뒤에도 이어진다.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고 수업 중 필기하는 법도 연습해야 고학년에서도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이주영 서울 잠현초등 교사(사진)에게 초등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학습 계획 수립과 노트 필기법에 대해 들었다. 교원 재직 11년 차인 이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해법을 담은 저서 ‘초등 공부 정리의 기술’을 펴냈다.
―초등 3학년부터는 왜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하나.
“3학년은 1, 2학년과 달리 사회와 과학 등 과목이 늘고 내용이 어려워진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하지 않으면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어려운 과목은 공부하지 않게 된다. 숙제도 늘어나는데 별다른 계획 없이 하루하루 보내다 후회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고학년 때 학습 습관을 다시 잡기 어렵다.” ―학교, 학원 숙제로 충분하지 않나. 학습 계획을 꼭 세워야 하나.
“숙제가 곧 공부는 아니다. 학습 계획을 세우면 숙제 이외에도 복습 등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더 마련해 깊이가 달라진다. 계획을 세우려면 먼저 자신이 특정 과목 학습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공부를 먼저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므로 ‘메타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힘을 뜻하는 메타인지 능력은 성적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또 스스로 세운 계획을 지켰을 때 느끼는 효능감도 크다. 성공 경험이 쌓여야 학습 습관을 만들 수 있다. 학습 계획 수립을 제대로 연습한 학생은 학습량이 방대해지는 중고교에서도 학업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
―공부 계획은 어떻게 세우면 되나.
“연간이나 특정 기간 목표를 정하고 월간, 주간, 일간으로 세분화하는 게 좋다. 예비 6학년 학생이라면 겨울방학 목표로 수학 5학년 총정리와 6학년 1학기 예습, 영어 단어 200개 암기, 책 4권 읽기를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간 계획의 경우 1월 ‘수학 5학년 과정 복습, 영어 단어 1∼120번, 책 2권’, 2월 ‘수학 6학년 1학기 예습, 영어 단어 130∼200번과 잘 안 외워지는 단어 복습, 책 2권’으로 세울 수 있다. 주간 계획은 월간 목표를 주간 단위로, 일간 계획은 요일별로 수립한다.”
―학습 계획을 수립할 때 유의할 점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가지 학습에 최대 2시간 등으로 한계 시간을 설정한다. 한 과목에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해서 다른 계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원 시간과 식사 시간뿐만 아니라 가족 행사나 여행 등에 필요한 시간을 뺀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해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최상의 컨디션을 가정하지 않고 최소 가능한 분량으로 정한다. 시간이 남아 더 공부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계획을 지키지 못해 드는 자책감보다 훨씬 좋다. 주말 하루는 비우고 주중에 하지 못한 계획을 보충할 수 있게 한다.” ―휴대전화 등 공부에 방해되는 요인이 많다.
“거실이나 식탁 등에 바구니를 두고 공부 시작 전 휴대전화를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계획한 일을 마치거나 휴식 시간에는 사용할 수 있게 보상과 연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런 방식이 어렵다면 학습 시간 동안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거나 공부 시간을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초등학생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타이머를 25분으로 맞춰 공부하고 5분간 쉬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노트 필기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는….
“노트 필기는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필기하다 막힌다면 그건 잘 모르는 부분이다. 노트 필기는 할수록 는다. 초등학생부터 연습하면 학습량이 많아지는 중학교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선생님이 강조한 내용을 필기하지 않는 학생은 대충 듣지만, 필기하는 학생은 시험의 힌트라고 생각하고 바로 적는다. 시험 전에 어디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 많은데 필기 노트가 있으면 일종의 내비게이션이 된다. 또 수업 내용을 다시 살피며 교과서에는 빠진 내용을 보충하는 노트 필기는 자연스럽게 복습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용이 정리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수업을 들으며 필기하는 요령은….
“필기는 단순히 받아쓰는 게 아니라 선생님 설명을 머리에 저장하는 기술 중 하나다. 꼼꼼하게 할 시간이 없으니 수업 중에는 간단히 적고, 수업을 마친 뒤 다시 보며 정리한다. 강조한 내용은 별표 등으로 표시하거나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다. 선생님이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거나 비유하는 건 교과서 여백에 간단히 정리한다. 이해가 잘 안 되거나 다시 봐야 할 건 물음표 표시를 해둔다.”
―교과서, 문제집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노트로 정리하는 필기법은….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면 나중에 정리한 내용만 보면 된다. 이런 걸 단권화라고 한다.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읽으며 굵은 글씨로 써 있거나 자주 반복되는 핵심 개념은 반드시 노트에 필기한다. 헷갈리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건 스스로 정리하며 쓴다. 교과서 내용뿐 아니라 문제집의 보충 설명이나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덧붙인다. 수학은 특히 왜 틀렸는지를 적어두는 게 좋다. 필기할 때는 너무 형형색색의 필기구로 쓰지 않는다. 기본이 되는 필기는 검정색, 선생님이 설명한 예시나 내가 추가로 찾아본 내용은 파란색, 시험에 꼭 나올 것 같고 주의사항 등은 빨간색으로 적는다.”
―태블릿PC를 활용해 필기하는 것은 어떤가.
“태블릿PC로 필기하면 수정하기 쉽고 교과서나 문제집에서 발췌하고 싶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추가할 수 있다. 장점이다. 하지만 태블릿PC로 필기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중이 깨질 수 있다. 태블릿PC를 활용해 필기한다면 불필요한 알림은 꺼야 한다. 또 필기할 때는 자판보다는 펜슬을 이용해 손으로 적는 게 좋다. 손으로 직접 써야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여 장기 기억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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