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관리 “美軍 인계철선役 불공정”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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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주한미군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은 불공정한 것인 만큼 더 이상 그 말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며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조속한 이전과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를 희망한다고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미 국방부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국 언론사 워싱턴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미군은 내일이라도 철수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북한 핵문제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역할과 재배치 등 민감한 한미간 현안들에 대해 미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4월부터 시작될 한미간 협상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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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인계철선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인계철선이라는 말은 불공정한 말이며 그 속뜻은 미국인이 먼저 피를 흘리지 않으면 한국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그 말이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산기지를 빨리 옮기고 싶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장소를 선택하고 병력이동을 시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후보지로 오산 평택 등을 꼽았다. 그는 또 “미국은 동두천에 있는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기를 원하고 있으며 재배치 후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억지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단계적으로 이동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끝난 뒤에도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국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시작전권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현 지휘체계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지금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이 변화를 원하면 논의할 것이며 그것은 매우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월부터 본격 진행될 한국 정부와의 ‘미래 한미동맹 정책 구상 공동 협의’에서 앞으로 50년간의 한미동맹 관계 청사진이 10월 한미동맹 50주년 기념일까지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올해 말까지 협의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 조정에 대해 한미 양국이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 국방부 관리가 하나의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에서 모든 의제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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