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KGB의 부활?…첩보기구 재통합 강화

  • 입력 2003년 3월 12일 01시 27분


국가보안위원회(KGB)가 해체되면서 크게 약화됐던 러시아 정보기구가 다시 통합돼 KGB와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1일 국경수비대와 도·감청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통신정보국(FAPSI)을 연방보안부(FSB)로 통합하는 내용의 정보기관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FSB는 기존의 방첩과 국내 정보수집 업무 외에 도·감청과 국경까지 관할하는 ‘공룡 부처’가 됐다. FAPSI의 업무 중 군사정보 해독과 분석 등은 국방부로 이관됐다. 해외 첩보 수집은 지금처럼 해외정보국(SVR)이 계속 맡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정보기구는 국내를 담당하는 FSB와 해외 담당의 SVR로 이원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정부 조직이 효율적이지 못했다”며 “마약 확산 방지와 대(對)테러 대책 강화 등을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KGB 출신으로 FBS 부장을 지낸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강력한 정보기관의 필요성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 소련 시절 악명 높은 비밀경찰이던 KGB는 1991년 보수파 쿠데타에 성공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의해 해체됐다. 옐친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KGB를 해체해 FSB와 SVR, 국경수비대, FAPSI 등 4개 기구로 분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방관세경찰청도 해체하고 기존 업무를 내무부(MBD)와 새로 설치되는 마약단속위원회로 나눠 이관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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