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女기자 종교 비판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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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스월드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나이지리아 유혈충돌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나이지리아 일간지 ‘디스 데이’의 이시오마 대니얼 기자(여)가 17일 처음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심경을 토로했다.

기독교도인 대니얼 기자는 미스월드대회에 대해 “마호메트가 살아 있었다면 참가자 중 한 명을 아내로 맞을 것”이라고 썼다가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사 종교칙령에 의해 사형까지 선고받았다.

다음은 유럽 모처에 망명 중인 그의 기고 요지.

11월15일 상사의 지시로 미스월드 기사를 썼다. 기사는 가벼우면서도 풍자적이었다. 나는 (대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기사가 나가자 항의 전화로 편집국 업무가 마비됐다.

사과문이 게재됐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무차별 살인이 시작됐고 나는 폭도들에 의해 공개수배됐다. 나는 22일 베냉으로 피했다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망명신청을 받아들여 줘 유럽으로 떠났다.

발언이 불쾌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종교집단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무책임한 저널리즘이란 비판은 근거가 없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정치적 이유로 젊은이들을 악용했다. 그러나 육체의 상처만이 고통은 아니다. 이제 나에게 미래를 구상하는 것은 한낱 꿈이 됐다. 꿈마저 없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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