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이라크 유엔결의 위반" 증거 제시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54분


코멘트
이라크전쟁 발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6일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 허가를 내리고,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5만여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화력 시범을 벌였다.

미 군사전문지인 성조지는 이날 대사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대사관측이 필수 요원을 제외한 직원과 그 가족들이 자유롭게 쿠웨이트를 떠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쿠웨이트 경찰이 시내 주요 지역에 초소를 구축하고 전시 치안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쿠웨이트 주둔 병력이 지난주 3만7000명에서 금주 들어 5만1000여명으로 보강됐다”면서 “병력은 새로 설치된 북부 사막지대 캠프에 집결해 대대적인 화력 시범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 관리들은 현재 11만명인 걸프지역 미군이 15일까지 15만명으로 늘어나고, 항공모함은 현재 3척에서 이달 말까지 6, 7척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도 걸프지역과 터키에 공군기 70대와 병력 6천명을 추가로 배치, 총 파병규모를 4만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B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한편 5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무기 은닉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 데 대해 이라크정부는 “특수효과와 곡예로 채워진 미국식 쇼”라고 일축했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파월 장관 연설 이후 사찰시한 연장을 주문하며 미국의 개전(開戰)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BBC가 전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안보리 연설을 통해 “사찰단 수를 2, 3배로 늘리고 정보 수집 및 감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며 사찰 연장을 주장했다.

상임이사국(5개국) 중에서는 영국이, 비상임 이사국(10개국) 중에서는 스페인과 불가리아 2개국만이 유엔 승인 없는 개전에 동조하고 있으며, 나머지 11개국은 사찰 연장과 유엔 승인 후 공격을 주장하고 있다. 파월 장관의 연설이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외신종합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파월 증거자료 내용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위반했고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해 왔다”면서 “이라크 무장해제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유엔에 촉구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회의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의혹을 입증하는 녹음 테이프와 위성사진, 이라크 망명자 증언 등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 행동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 언론은 그의 이 같은 발언이 ‘군사행동보다 유엔사찰단에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의 입장을 크게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파월 장관의 주장=90분간의 발언에서 파월 장관은 대량살상무기 은닉과 사찰단 기만을 위한 이라크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들을 열거하면서 “이런 노력들은 한두개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회피와 기만의 일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파월 장관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누군가가 자신을 멈추게 할 때까지는 어디에서도 멈추지 않는다”면서 “유엔이 이라크에 무장해제의 마지막 기회를 줬으나 이라크는 지금까지 이 기회를 잡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오사마 빈 라덴의 고위 측근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이라크에 도피한 아부 무삽 자르카위가 이라크에서 8개월 이상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바그다드를 활동거점으로 삼았다고 폭로했다.

▽파월 장관의 ‘증거’=파월 장관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사찰단을 기만해 왔음을 입증하는 갖가지 자료들을 제시했다. 이것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수집한 이라크 망명자 및 정보원의 말이나 도청, 아프가니스탄 포로의 증언 등에서 나온 것이다.

한 녹음 테이프에는 사찰단 방문에 대비해 금지된 무기의 은폐 대책을 거론하는 이라크 장교 2명의 육성이 담겨 있었다. 파월 장관은 “이런 테이프들은 이라크가 사찰단의 방문일정과 계획을 미리 알고 대비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해 이라크가 사찰단을 상대로 스파이 행위를 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월 장관은 “이라크가 탄저균 등 생물무기 생산과 연구를 위한 이동식 시설을 설치했고 최소한 7개의 이동시설이 18대의 트럭에 은폐돼 있다”는 4명의 정보원들의 증언도 소개했다. 파월 장관은 미국 정보를 인용해 이라크가 100∼500t의 화학무기와 1만6000개의 전장 로켓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후세인 대통령은 군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가 80년대 이후 1600명의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생화학무기 시험을 해 왔으며 이런 무기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숨진 사람들의 부검도 실시해 왔다고 주장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