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화려한 말솜씨로 전범재판정 농락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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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류범죄 혐의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가운데)이 헤이그 전범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반인류범죄 혐의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가운데)이 헤이그 전범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반(反) 인륜범죄 혐의로 기소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유엔의 국제전범재판을 농락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0일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10개월간 진행된 헤이그 재판에서 현란한 언변으로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고 있어 세르비아인들로부터 찬탄과 동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가원수로는 전범재판에 첫 기소된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단죄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알바니아, 보스니아 무슬림간의 오랜 반목을 씻고 새 출발을 기약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노력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저널에 따르면 생중계를 통해 재판을 지켜본 세르비아인들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재판으로 간주하고 있어 그가 반대신문을 통해 증인들에 대해 논박할 때마다 찬사를 터뜨리고 있다.

그를 유엔에 넘긴 조란 진지치 총리를 서방의 ‘괴뢰정권’으로 몰아붙이는 장광설도 먹혀 들어가는 분위기.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변호사 없이 출석해 마치 세상을 향해 혼자 싸우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법정 밖에서는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과 독일 게슈타포 책임자 클라우스 바르비를 변호했던 자크 베르주 등 몇몇 유력인사들이 그를 돕고 있다.

이들은 증인의 신원배경을 낱낱이 조사해 그에게 제공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그가 검찰측보다 증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저널은 “결국 유죄가 인정될 거라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도 알고 있지만 재판이 앞으로도 2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서 세르비아 내에 더 많은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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