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69년 核전쟁경계령발동은 베트남 개입한 소련 위협용”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9시 38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베트남전쟁 당시 적국이었던 북베트남을 위협, 평화회담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핵경계령을 비밀리에 발동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비밀해제 문건에 따르면 닉슨 전 대통령은 북베트남과의 평화회담이 교착상태에 있던 1969년 10월 동아시아와 유럽·중동 지역 주둔 미군에 핵전쟁 경계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25일 전했다.

닉슨 행정부는 핵전쟁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면 당시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던 소련이 위협을 느껴 미국의 말을 듣도록 북베트남을 조종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매드맨 이론(Madman Theory)’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으로 실제 핵전쟁을 벌일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얼 휠러 합참의장이 군 지휘관에게 보낸 메모에는 “미국은 군사준비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10월 13일부터 25일까지 일련의 작전을 실시하며 소련을 위협하지 않고 그들이 알아차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미국은 공군의 전투태세를 높이고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전진배치했다. 대서양과 지중해, 동해에서는 폭격기와 항공모함 등이 기동연습에 돌입했다.

그러나 소련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베트남 정책을 바꾸지도 않았다. 소련이 경계령이 내려진 것을 몰랐거나 북베트남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69년 1월 취임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전 평화회담을 주선했지만 실패했으며, 70년 전쟁이 재개됐고 75년 베트남 공산화로 전쟁은 막을 내렸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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