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反戰운동 목소리 커진다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08분


미국의 대(對)이라크전 준비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이 미국 내에서 본격 점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간 이라크와의 전쟁 지지 여론에 위축돼 왔던 미국 내 반전운동 세력이 지난달 26일 20만명 규모의 워싱턴 반전시위에 힘입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이날 집회는 주최측인 ‘국제 앤서(International Answer)’가 예상한 규모의 10배였으며 베트남전 반대시위 이래 최대 규모였다.

▽10월 들어 달아오른 반전 기운〓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대(對)국민연설 하루 전인 10월 6일 미국 대도시에서 열린 반전시위가 반전단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날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는 10만명 이상이 모였다.

유명 여배우 수전 서랜던은 2만명 이상 모인 뉴욕 집회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우리의 이익을 강요하는 ‘새로운 로마’가 되기를 원하는가”라고 반문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미시간대 등 수십개 대학에서도 반전집회가 열렸으며 이후 대학사회에 반전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정책연구소(WPL)의 마사 허니 연구원은 “10월 들어 최소 35개주 135개 대학에서 반전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전 사이트 ‘이라크 공격 반대(noiraqattack.org)’의 반전 서한에 서명한 교수도 1만명을 넘어섰다.

▽반전운동 확산 요인〓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만 해도 미 국민의 74%가 대이라크전쟁에 찬성했고 올 1월에도 61%가 전쟁을 지지했다. 그러나 10월 중순 들어서면서 거꾸로 60%가 외교적 해결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전쟁의 명분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이미 확보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분명치 않고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이라크의 연계도 확증되지 않은 상태이며 그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테러와 이라크의 관련성 여부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베트남전 때와는 달리 더 이상 징병제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전쟁이 가져올 재난과 비극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그동안 반전운동은 ‘전쟁 중지(Stop the war)’, ‘우리 이름으로는 안 돼(Not in our Name)’, ‘전진(Move On)’ 등 30여 사회단체가 주도해 왔다. 대학생들의 동조와 참여는 10월에 들어서야 비로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계속될 반전운동〓2일 플로리다주 탬파 등지에서 반전집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11월 내내 곳곳에서 시위가 예정돼 있다. 내년 1월18일 마틴 루터 킹의 탄생기념일과 1월19일 걸프전 개전 기념일에는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전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자금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상하원의 반전 의원 지원기금으로 이미 200만달러가 모금됐다. 전쟁 중지를 위한 국민연대(NNSW)는 “한때 우리는 재정위기에 처했으나 지금은 수표가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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