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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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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개막되는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전대)에서 결정될 차기 지도부 개편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76) 국가주석이 4세대 선두인 후진타오(胡錦濤·60) 국가부주석에게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물려주는 대신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원자바오(溫家寶·60) 부총리가 총리에 발탁된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이다.
관측통들은 장 주석의 미국 방문에 맞춰 발표된 당 고위간부 인사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귀띔했다. 공산당 중앙은 22일 장 주석의 측근인 황쥐(黃菊·64) 상하이(上海)시 서기와 자칭린(賈慶林·62) 베이징(北京)시 서기가 당 중앙의 직책을 맡게 됐고, 24일 쩡칭훙(曾慶紅·63) 당 조직부장과 딩관건(丁關根·73) 당 선전부장이 현직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내보냈다.
주목되는 것은 장 주석의 분신으로 불려온 쩡칭훙 전 조직부장의 앞으로의 역할. 관측통들은 쩡칭훙이 사실상 권력 서열 2위로 도약해 후진타오를 견제함으로써 차기 중국 지도부는 후진타오-쩡칭훙-원자바오의 ‘3두 체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대 교체될 정치국 상무위원회〓최근 발표된 일련의 인사를 지켜본 관측통들은 장 주석이 권력의 핵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측근들을 대거 진출시킴으로써 실권 유지의 안전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은퇴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인물은 장 주석과 리펑(李鵬·74)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74) 총리, 웨이젠싱(尉建行·71)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리란칭(李嵐淸·70) 부총리 등.
이들 대신에 장 주석과 인연이 깊은 원자바오 부총리와 상하이방인 우방궈(吳邦國·61·이상 정치국원) 부총리, 쩡 전 조직부장(정치국 후보위원)과 황쥐 전 상하이시 서기(정치국원) 등 새로운 인물로 정치국 상무위가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쩡 전 부장은 16대에서 기능이 강화될 중앙서기처 상무서기로서 당무를 장악해 후진타오의 ‘대항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다만 장 주석 계열인 자칭린 전 베이징시 서기(정치국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로 지지도를 높이긴 했지만 푸젠(福建)성 서기 시절 발생한 대규모 밀수사건 때문에 상무위원 진출이 불투명한 상태다. 장 주석과 가까운 리창춘(李長春·58·정치국원) 광둥(廣東)성 서기도 상무위원 진출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돼 왔으나 이번 당 중앙 인사에서 빠져 낙관하기 어렵다.
다른 상무위원 후보로는 리펑 위원장의 측근으로 이번 16대 주비소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뤄간(羅幹·67·정치국원) 당 정법위원회 서기가 꼽힌다. 장 주석이 리 위원장의 동반 퇴진을 종용하면서 계파간 안배용으로 보수파인 뤄 서기의 상무위원회 진입이라는 타협책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도파인 리루이환(李瑞環·68) 정협 주석은 상무위원에 유임돼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장 주석의 미국 방문과 귀국 때 공항 출영에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그의 전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후진타오의 기반 강화〓후진타오 부주석은 이번 인사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권력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당의 핵심 요직인 조직부장과 선전부장에 자신의 측근인 허궈창(賀國强·59)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류윈산(劉雲山·55·이상 중앙위원) 당 선전부 부부장을 포진시킨 것. 조직부장은 당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선전부장은 장 주석이 과거 황쥐 상하이시 서기를 임명하려 했으나 보수파의 반대로 무산됐을 만큼 중요한 자리다. 아직 50대인 두 사람은 이번 전대가 아니라도 5년 후 17대에서 권력의 중추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푸젠(福建)성장 출신의 허 신임 부장은 이번 16대에서 정치국원 승진이 유력하다. 또 역대 최연소 선전부장인 류윈산 부장은 후진타오 부주석이 이끌어 온 공산당청년단 출신으로 차세대 지도자로서 후진타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막중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주목받는 지방 당서기▼
중국 권력구조 개편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 중 하나는 지방 성(省)·시(市) 당 위원회 서기들의 움직임이다. 지방서기 인사의 중요성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미에 맞춰 발표된 당 중앙의 인사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충칭(重慶) 등 4개 직할시와 22개 성, 5개 자치구 등 모두 31개의 1급 행정구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 성·시, 자치구의 당 위원회는 서기 1명과 부(副)서기 5∼7명, 상무위원 15명을 포함해 모두 30명 정도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서기는 당의 조직과 선전, 통일전선, 공안 및 안전 업무를 책임지며 성장이나 시장은 부서기로서 일반 행정을 담당한다.
31개 성·시급 행정기관 중 정치국원이 서기인 지역이 특히 주목의 대상이다. 현재 중국 정치국원은 7명의 상무위원을 포함해 21명에 불과하다. 정치국원으로서 성·시 서기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 중앙이나 국무원 부장(장관)으로 재직하다 정치국에 진입한 차세대 선두주자들이다. 이들은 지방행정 업무를 익힌 뒤 다시 권력 중추로 복귀하게 된다.
특히 상하이 시 서기가 대표적인 자리다. 문화혁명 당시 4인방이었던 장춘차오(張春橋)와 야오원위안(姚文元), 현 권력서열 1, 2위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은 정치국원으로서 이런 과정을 거쳤다. 제15차 전국인민대표대회(15전대)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뒤 지방에 파견된 사람은 자칭린(賈慶林) 베이징시 서기와 황쥐(黃菊) 상하이시 서기, 리창춘(李長春) 광둥(廣東)성 서기 및 우관정(吳官正) 산둥(山東)성 서기 등 4명이다. 이 중 자칭린 서기와 황쥐 서기는 이번 16전대에서 당 중앙 요직에 기용된다.
정치국원이 서기인 이들 4곳은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의 핵심 지역이다. 베이징은 정치의 중심지로서 상하이와 광둥성, 산둥성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선도해 온 곳이다. 각 성·시, 자치구 중 서북과 동북지방은 덩샤오핑(鄧小平)이 권력을 장악한 1980년대 이후 정치국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최영묵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