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연장’ 투표 앞둔 이라크 현장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9시 12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임기연장 투표를 이틀 앞둔 13일 바그다드의 한 이발소 유리문에 후세인 대통령의 선전 포스터가 붙어 있다. - 바그다드 게티이미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임기연장 투표를 이틀 앞둔 13일 바그다드의 한 이발소 유리문에 후세인 대통령의 선전 포스터가 붙어 있다. - 바그다드 게티이미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7년 임기 연장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찬성표를 호소하는 색색의 벽보와 현수막, 구호로 가득하다고 AP통신이 바그다드발로 보도했다. 다음은 AP 기자가 전한 르포 기사 요약.

15일 실시되는 이라크 국민투표의 관건은 단독 출마 후보인 후세인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최대 관심사는 95년에 얻은 99.96%를 넘는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지다. 이곳 국민은 이 지지율이 ‘미적지근한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건물은 흰색과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등 색색으로 꾸며진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이는 국제적 고립과 경제제재로 10여년 동안 갇혀 지낸 이 회색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밝은 풍경이다.

“나암 나암 알 카이드 알 만수르 사담 후세인(위대한 지도자 사담 후세인에게 찬성표, 찬성표를”, “이라크는 승리할 것이다. 신이여, 지도자를 보호하소서”라는 아랍어 현수막은 이라크 도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이 핵개발 시설로 명시한 공장 단지로 향하는 길의 한 학교 벽에는 “예스 예스 예스 사담! 노 노 노 미국”이라는 현수막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이라크 국민의 미국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며 지난번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엔지니어인 아크메드 압둘 사히브는 말했다. 노동자 마야드 아이완도 “이번에는 100%다”며 “왜냐하면 이라크 국민은 우리의 지도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고 소리 높여 외쳤다.

아이를 업고 시장에 나온 주부 타티사르 마흐디는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우리가 사담 후세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어떻게 0.04%의 반대표가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은 한 무리의 군인들은 당황한 나머지 얼어붙어 버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 이미 ‘결혼식 밤 같은’ 승리 축하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지도자를 위해 어떤 찬사를 준비할지 언론사와 의논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공보부는 12일 바그다드 시내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하고 외국 취재진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투표 취재를 위해 이라크 공보부에서 초청비자를 발급받고 바그다드로 몰려들 외신기자들은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기자들을 산업단지와 국회의사당으로 안내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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