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납치사과 일파만파…국제법상 日에 손해배상 해줘야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47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유감과 사과를 표시한 것은 북한의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국제법적인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법은 국가기관이 행하거나 사주, 또는 인지(認知)하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포괄적인 국가 책임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직접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결국 북한에 국가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앞으로 북한이 국가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사(陳謝), 원상회복, 손해배상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진사 문제는 김 국방위원장이 북-일 정상회담에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원상회복 문제부터 당장 벽에 부닥친다. 북한 외무성은 17일자 담화를 통해 생존이 확인된 일본인 피랍자들이 희망할 경우 귀국 또는 고향방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사망한 8명의 ‘원상회복’은 방법이 없다.

또 납치된 당사자나 유가족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북한측의 태도도 주목된다. 북한이 발뺌할 경우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활용해 북한 정부에 협상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던 피랍 일본인 이은혜씨(한국명) 사망을 확인해줌으로써 KAL기 폭파에 개입했음을 간접 시인한 셈이 됐다. 물론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KAL기 사망자 유족 등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 나설 경우 북한 정부는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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