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전망]내달 초순 美의회서 시기-규모 결정

  • 입력 2002년 9월 13일 17시 3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천명함에 따라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 등을 요구했지만 이는 이라크 공격을 위한 명분 축적용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그가 “유엔이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에서 더 무게가 느껴진다.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순순히 무릎을 꿇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또 유엔이 한목소리로 미국을 지원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유엔 무기사찰단의 재입국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 제재를 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결의안을 채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모두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어 결의안 채택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안보리 결의안은 이달 말쯤 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국이 유엔에서 이라크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고, 개전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걸프전은 90년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뒤 5개월여 만인 91년 1월17일에 시작됐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11테러 후 한 달이 지난 10월7일 이뤄졌다.

워싱턴의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이 소수의 특수정예부대를 이라크에 투입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고 주요 시설을 전광석화처럼 파괴하는 작전을 준비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겠지만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전을 계획한다면 준비에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11월 플로리다주에서 카타르로 본부를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은 주목할 만하다. 중부사령부는 아프간 전쟁 때는 플로리다주에서 지휘했었다.

미 의회는 11월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11일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이라크 관련 결의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의회의 승인을 얻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라크 공격의 시기와 형태 등은 이때쯤 더욱 확실해질 전망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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