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교수 "유럽에 부는 反美바람"

  • 입력 2002년 9월 12일 19시 13분


‘서방의 균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냉전시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서방 민주주의의 승리를 예견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사진)는 최근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서방문명 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정통성에 대한 이견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중요시하는 유럽의 주장은 엘리트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면서 “반미주의가 유럽 정치의 최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

“9·11직후 굳건했던 미국과 유럽의 동맹관계는 올 1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심각한 균열을 보여왔다. 이같은 갈등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 스타일이나 9·11이후 세계정세 변화를 반영하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서방문명 최고 이념의 정당성의 원천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미국은 개별 국가의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정통성이 국제공동체가 부여한 민주주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럽은 국제공동체가 보장하는 민주적 합법성이 개별 국가의 민주 이념보다 우선한다고 믿는다. 유럽의 민주주의 개념은 이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틀리다. 민주주의 정당성이 개별 국가들로부터 ‘위쪽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공동체로부터 ‘아래쪽으로’ 전해진다는 것은 엘리트 집단에 의한 오용의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공동체의 의지를 제멋대로 해석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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