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인들 도덕적 암에 걸렸다”

  • 입력 2002년 6월 28일 17시 48분


월드컴 회계부정 사건을 보면서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경제인들은 ‘흔들리는 것은 월드컴이 아니라 미국 그 자체, 미국식 경영기법’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들은 이제 미국이 개방과 투명성의 모델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면서 “그동안 미국은 기회의 나라로 인식돼 외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의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이제는 이 돈이 미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드레스드너 투자신탁의 해외투자책임자 폴프람 거데스는 “미국이 더 이상 투자의 최적지가 아니라는 데 (투자자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경영 현대화를 외치고 있는 기도 로시 전 텔레콤이탈리아 회장은 “지금 미국에는 수치심이 없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창피를 모른다”면서 “이는 ‘도덕적 암’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엔론, 글로벌크로싱, 월드컴 등의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에는 미국은 회계표준을 정하는데 앞서갔지만 이제 많은 유럽인들은 미국식 방식이 너무 복잡한데다 조작이 너무 쉽다고 믿게 됐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밖에도 유럽 기업들은 미국 증권당국이 상장기업의 실적을 3개월마다 보고하도록 해 경영자들이 단기 실적을 내는 데만 급급하고 있으며 경영진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미 달러가치가 28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미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이면에는 미 기업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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