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앤더슨 유죄평결 파장]엔론스캔들 처벌 빨라진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3시 18분


미국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경영진 중 한사람(왼쪽)이 15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연방 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경영진 중 한사람(왼쪽)이 15일 텍사스주 휴스턴의 연방 법원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해 말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아 관련 서류를 파기한 혐의로 기소된 미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서 앤더슨이 15일 사법방해죄로 배심원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아서 앤더슨사는 설립 89년 만에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엔론 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망했다.》

▽유죄평결〓휴스턴 연방지법 배심원들이 열흘간의 심리 끝에 아서 앤더슨의 유죄를 인정한 것은 범법행위자가 엔론 회계책임자 데이비드 던컨이 아니라 아서 앤더슨 변호사인 낸시 템플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류 파기 책임을 피하기 위해 템플 변호사가 던컨씨에게 자신의 메모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e메일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아서 앤더슨이 파기한 엔론 서류는 엔론의 부실회계 등이 드러날 수 있는 수천가지의 기록과 수만건의 e메일 등이다. 10월11일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아서 앤더슨은 최고 50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화이트칼라 범죄 변호사인 데이비드 어윈은 “이번 평결은 아서 앤더슨에 독약”이라고 말했으며 아서 앤더슨의 파트너 돈 커린은 “이번 재판은 사상 최대의 기업 살인행위”라고 비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전했다.

평결에 앞서 휴스턴 연방지법의 멜린다 허먼 판사는 배심원들의 질의를 받고 “특정 범인을 밝혀내지 못해도 유죄평결을 내릴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형사기소의 길을 열었다.

▽아서 앤더슨의 대응〓평결 직후 아서 앤더슨 측 변호인 러스티 하딘은 아서 앤더슨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원 선고 후 항소할 것이며 아서 앤더슨의 사업면허를 취소하려는 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서 앤더슨은 이르면 8월31일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통보했다.

아서 앤더슨은 엔론 사태의 와중에서 올해 들어 2311개 상장기업 고객 가운데 690개사가 거래를 끊었고, 21건의 민형사 소송 당사자가 됨으로써 영업기반이 크게 약화되자 미국 내 2만7000명의 직원을 1만명으로 줄이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6일 보도했다.

▽아서 앤더슨은?〓노스웨스턴대학에서 회계학을 강의하던 아서 앤더슨이 28세이던 1913년 동료 회계사 클러런스 델라니와 함께 앤더슨-델라니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5년 뒤 델라니씨와 결별하면서 회사명이 아서 앤더슨으로 바뀌었다.

회계법인의 모범으로 통했고 1979년 세계 최대의 전문 경영컨설팅 회사로 발돋움했다. 1989년 회계부문과 컨설팅을 분리한 이 회사는 엔론 등 고객사의 지출 회계처리와 관련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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