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16개국 정상회의 개막…푸틴 印-파 중재 외교력 시험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6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아시아정상회의(CICA)가 3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16개국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됐다. 이 회의에 참가하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각각 만나 중재안을 들을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최근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동의 아래 처음으로 국제분쟁의 해결사로 나서 외교력을 검증받게 됐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도 참석하지만 구 소련권인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분쟁 당사자인 인도가 주요 동맹국인데다 이슬람권에 대한 러시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이용해 파키스탄도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련 붕괴 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잃은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실지(失地)를 회복한다는 계산 아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도 적극 개입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은 알마티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인도와 파키스탄에 파견할 예정이어서 지난달 미-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국제분쟁해결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푸틴 대통령이 바지파이 총리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난 총장은 4일 모스크바를 방문, 알마티에서 돌아오는 푸틴 대통령과 인도-파키스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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