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CIA끈을 잡아라”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51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워싱턴 커넥션’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3일자)에 따르면 올 1∼4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워싱턴 정가에 뿌린 로비 자금은 지난해 전체 로비자금과 맞먹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실리콘밸리가 워싱턴 로비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정부기관들의 안보관련 첨단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미 정부의 첨단기술 구매 예산은 지난해 300억달러에서 올해 460억달러로 급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는 52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오라클 시벨 등 실리콘밸리 5대 데이터베이스업체들은 테러 정보를 수집하는 정부기관들에 통합 데이터베이스망을 구축하도록 압력을 넣기 위해 ‘국가안보제안(HSI)’이라는 로비 단체를 조직했다.

오라클의 경우 대(對)정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총 매출의 23%에 달한다.

최근 실리콘밸리 로비단체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정부 기관은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CIA국장이 직접 감독하는 벤처캐피털 펀드 ‘인큐텔(In-Q-Tel)’은 9·11테러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제출한 1200여개의 사업계획을 검토했다. 99년 설립된 인큐텔은 9·11 이전까지 2년여동안 1000여개의 사업계획을 검토하는데 그쳤으나 테러 발생 이후 펀드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리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첨단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이 컴퓨터 시장 확대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테크넷’이라는 로비 단체를 만들어 국가적 차원의 초고속 인터넷 정책을 마련하도록 미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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