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무장 가능” 발언 파문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48분


일본 정부 대변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지난달 31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한일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후쿠다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보유에 대해 “헌법상, 법 이론적으로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써 있지는 않다”며 “다만 적극적으로 정책판단을 내려 (핵무기를) 갖지 말자는 것이 ‘비핵(非核) 3원칙’”이라고 밝혔다.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인 일본은 그동안 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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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회견 직후 간담회에서 “비핵 3원칙은 헌법에 가까운 것이지만 지금은 헌법도 바꿀 수 있는 시대”라며 “국제적인 긴장이 높아지면 국민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요구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후쿠다 장관의 발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 부장관이 지난달 13일 와세다대학에서 가진 공개강연에서 “헌법상 원자폭탄의 보유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서울을 방문 중이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이날 밤 “현 내각에서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며 “정책전환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정부 “日핵무장 반대”▼

정부는 1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의 ‘핵보유 가능’ 발언과 관련, 일본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후쿠다 장관의 핵무기 보유가능 발언이 보도된 경위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는 있다”고 하면서도 “일본의 핵무기 보유는 지역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방위태세 정비는 이 지역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비핵 3원칙’을 견지해 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런 방침을 어제 재확인한 데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범구(鄭範九) 대변인도 후쿠다 장관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로 조성되고 있는 한일간 우호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안정 체제를 해치는 중대하고 위험한 발언이다”며 “일본 정부는 핵무기 보유 주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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