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양보못할 거대시장… “사운 걸었다”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42분


《국내 기업들이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에 앞다투어 진출하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매출 1400만달러, 5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 133%, 브랜드 인지도 30%(중국인을 무작위로 추출해 물어본 결과 10명 중 3명이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의미). 이는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경영 성적표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이 회사는 처음부터 현지화와 고급화, 한류마케팅을 3대 축으로 삼아 현지시장을 파고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당장의 매출보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특히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진출 첫해 5%에도 미치지 못했던 브랜드 인지도를 지난해에는 30%로 끌어올렸다. 중국인들은 이제 LG생활건강의 제품을 프랑스 로레알 그룹의 메이블린이나 미국 P&G의 올레이와 거의 대등한 수준의 화장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이다. 상하이의 유통중심지인 구베이 까르푸 매장이나 베이징 국제무역전시센터 옆에 있는 까르푸 매장에 가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슈퍼마켓에서 가장 좋은 진열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잘 팔리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까르푸뿐만 아니라 월마트 메트로 등 대형 할인매장에서 신라면은 진열되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기 시작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

▽중국은 또 하나의 본사〓주요 그룹 가운데 중국시장을 가장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그룹은 SK.

SK는 작년 11월 상하이에서 가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정보통신, 에너지·화학, 생명과학 사업을 3대 중국사업으로 결정하고 ‘중국 내 또 하나의 SK그룹 건설’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일단 중국 현지에 정보통신 사업과 에너지·화학 사업을 추진할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미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중국인 책임자까지 선임한 상태다.

SK그룹은 ‘SK차이나’의 기업가치를 2011년까지 2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LG그룹도 중국사업 확대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있는 연산 15만t 규모의 고급합성수지(ABS) 공장을 30만t으로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톈진 폴리염화비닐(PVC) 공장 규모도 39만t에서 64만t 규모로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LG CNS도 1월과 4월 중국 광저우와 톈진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LG전선도 9월부터 톈진 현지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3월 중국 사업을 총괄할 중국본사 대표를 사장급에서 부회장급으로 격상, 이형도 삼성전기 부회장을 임명했다. 또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선전, 톈진, 쑤저우 등 3곳에 현지 직원 연수센터를 세웠다.

포스코(옛 포항제철)도 일본 사업을 줄이는 대신 중국 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포스코의 대일(對日) 수출 물량은 214만t에서 188만t으로 감소한 반면, 중국 수출 물량은 155만t에서 174만t으로 늘었다. 중국 현지 생산도 크게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3월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장쑤성과 랴오닝성에 각각 스테인리스 냉연과 컬러강판 공장을 증설했으며, 앞으로 중국에서 기술개발까지 진행하는 ‘전방위 진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코파이에서부터 굴착기까지〓주요 그룹만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누비고 있다.

97년 중국 사람들에게 초코파이를 처음 선보인 동양제과는 지난해 중국 내 케이크류 시장점유율 63%를 차지,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최근 중국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 실시한 2001년 주요도시 소비자 조사 결과 케이크류 부문의 시장점유율,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구매율, 브랜드 충성도 등 전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베이징에 공장을 두고 있는 동양제과는 6월말 상하이에 제2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14년간 장수모델로 인기를 누리다 2000년 단종된 기아 프라이드는 요즘 중국에서 ‘경차 열풍’을 재연하고 있다.

기아차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위에다기아자동차가 97년 말부터 생산하고 있는 프라이드는 지난해 판매대수 6671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중국 내 경소형차 부문에서 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2000년(2214대)의 3배 수준. 기아차는 올해 중국 내 프라이드 판매대수가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5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은 올 1·4분기(1∼3월) 중국에서 1002대의 굴착기를 팔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중국의 건설장비 수요는 9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계약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급증하는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한국의 중국 투자는 96년 8억3600만달러로 최고치를 나타낸 후 외환위기의 여파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00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 규모는 총 5854건에 50억1885만달러(집행 기준)에 이르렀다.

올들어서도 중국이 앞으로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이 예상되는데다 시장개방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 벤처기업을 비롯해 병원 법률사무소 유통업 등 투자 분야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중국사무소에는 최근 중국 투자를 위한 방문 상담과 팩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내 7곳과 대만 홍콩 등 모두 9군데에 무역관을 두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도 하루 평균 25∼30건씩의 전자우편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공사 측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중국 진출 문의 건수가 3배 수준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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