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월街 총체적 ‘신용위기’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57분



미국 월가(街)가 총체적인 ‘신용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3일자)는 미 법무부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월가의 부패 스캔들이 애널리스트들 개인의 비리라기보다는 금융기관과 애널리스트들의 공모에 의한 구조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뉴욕 바이스 펙 앤 그리어의 채권팀장인 조지 보이드 3세의 말을 인용, “월가의 핵심자산은 신용이며 신용 없는 월가란 존재할 수 없다”며 “월가의 신용 붕괴는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져 회복기에 접어든 미국 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신용위기는 지난달 중순경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이 메릴린치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의 사내 e메일을 공개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메릴린치 측이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추천하면서도 자기들끼리 ‘허섭스레기’라고 평가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월가 비리가 증권사의 조직적인 비리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잘못된 투자정보로 50만달러를 잃은 뒤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제이콥 잠만스키는 “메릴린치사가 자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수익의 3∼7%를 주기로 한 계약서가 있다”며 “이는 잘못된 투자정보에 대한 대가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존슨 어소시에이트사가 단순히 증권동향만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소속 증권사의 거래에 관여한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비교한 결과 후자가 전자보다 평균 40∼60%의 연봉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뉴욕주 검찰 당국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들의 유착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대상은 메릴린치 등 10여개 증권사. 유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월가의 증권사들엔 치명타일 게 분명하다.

지금까지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집중됐던 손해배상 소송이 증권사로 번질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스론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할 경우 메릴린치 한 회사만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는 족히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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