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英 여왕모후 작가미상 ‘추모詩’ 잔잔한 감동

  • 입력 2002년 4월 12일 18시 18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달 30일 서거한 모후의 장례식에서 낭송하기 위해 고른 추모시는 한 무명시인의 작품으로 2년여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널리 애송돼 오던 시로 드러났다. 이 시는 5일 거행된 장례식에서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 추모객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낭송됐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11일 입에서 입으로, 또는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 이 시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계의 수많은 유가족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 시는 고인(故人)의 성별과 연령 등에 따라 주어의 인칭이 바뀌기도 하는데 여왕 모후 장례식에서는 ‘그녀(she)’로 낭송됐다. 영문학자들은 이 시가 잡지나 위문 카드에 사용돼 왔지만 적어도 영어권 국가에서 출판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이 시의 작자를 아는 사람은 신문사(andrew.norfolk@thetimes.co.uk)로 연락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추모詩’▼

당신은 그녀가 가버렸다고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이유로 웃음지을 수도 있겠죠.

당신은 눈을 감고 그녀가 다시 돌아와 달라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음을 열고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도 있겠죠.

당신은 그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당신의 가슴이 텅 비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녀와 나누었던 사랑으로 충만해 질 수도 있겠죠.

당신은 미래에 등을 돌리고 어제를 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와 함께였던 어제 때문에 미래가 오는 것을 행복해 할 수도 있겠죠.

당신은 그녀가 가버렸다는 것만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계속 흘러가게 할 수도 있겠죠.

당신은 울면서 마음을 닫고 공허하게 등을 돌려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바라던 일을 할 수도 있겠죠. 그녀가 바라는 건 당신이 미소짓고 가슴을 열고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랍니다.

무명씨

▼‘추모詩’영어 전문 ▼

You can shed tears that she is gone

or you can smile because she has lived

You can close your eyes and pray that she'll come back

or you can open your eyes and see all she's left.

Your heart can be empty because you can't see her

or you can be full of the love you shared.

You can turn your back on tomorrow and live yesterday.

or you can be happy for tomorrow because of yesterday.

You can remember her and only that she's gone

or you can cherish her memory and let it live on

You can cry and close your mind, be empty and turn your back

or you can do what she'd want: smile, open your eyes, love and go on.

Anony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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