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탄생교회 화재, 이-교황청 긴장

  • 입력 2002년 4월 9일 11시 21분



팔레스타인인 200여명이 피신해 있는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주변에서 8일 총격과 화재가 발생, 이스라엘과 로마 가톨릭 교황청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은 성지훼손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새벽의 화재로 예수탄생교회 부속건물인 성(聖) 캐서린 교회 안뜰 위에 지어진 2층 회당이 파손됐다. 성 캐서린 교회는 베들레헴에서 크리스마스때마다 자정미사가 열리는 곳이다. 이번 화재로 성 캐서린 교회의 성찬식용 컵을 비롯하여, 피아노 1대, 의자, 제단(祭壇)보 등이 파괴됐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괴한들이 투항할 때까지 이스라엘 군인들이 예수탄생교회를 포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날 `극도의 불안감'으로 이 사태를 주시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일 여러 단체들을 상대로 행한 짤막한 연설에서 “9·11 테러의 끔찍한 결과가 아직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면서 주님의 탄생지이자 죽음과 부활의 장소인 성지에서 연쇄적인 폭력과 무장 적대행위가 상상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 개탄했다.

교황청은 이스라엘에 대해 성지(聖地)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1993년의 서약을 상기시켰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도 이날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의 전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하면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촉구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엘리에 바르나비 이스라엘 주 프랑스 대사를 불러 성지에서의 전투에 우려를 표명하고 협상을 촉구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휴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위치한 종교 성지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면서 “성지와 역사 및 문화적인 기념물들에 대한 침공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수탄생교회의 화재에 대해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한 이스라엘군 고위장교는 예수탄생교회 구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병력이 연막탄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들의 공격으로 2명의 이스라엘 국경경찰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들레헴 가톨릭 성지관리소의 다비드 제거 신부는 이날 새벽의 충돌과 화재는 `인간의 품위에 관한 모든 규범'을 짓밟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예수탄생교회에 피신해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올해 23세의 칼레드 시암이란 팔레스타인 경찰관이 불을 끄기위해 나갔다가 한 이스라엘 군인의 총격에 피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군 고위장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교회의 한 종탑에 있는 저격수들에게 인근 지붕위 감시대에 배치되어있던 2명의 이스라엘 국경경찰을 공격하도록 신호를 보냈으며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저격수들이 총격과 함께 여러 개의 수류탄을 투척했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이에 응사해 팔레스타인인 1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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